노포(老舗)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유행하나 싶으면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오는 요즘 같은 때에 '노포'는 그 가치를 더해가는 것 같아요. 흔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그곳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맛 때문에 여행을 가면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번 벳푸 여행에서도 정말 우연찮게 100년이 넘은 빵집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땡볕 아래 30분 넘게 기다렸던 토모나가 빵집(팡야)을 소개합니다 : )
SINCE 1916 매일 줄 서는 빵집
벳푸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디저트가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은 문이 닫혀 있었고 다른 곳을 찾고자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주변 빵집을 검색했을 때 나온 곳이 토모나가 빵집이었습니다.
벳푸 중심 상점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데요. 멀리서부터 줄이 아주 긴 가게가 있어서 설마 설마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인기가 많은 가게에서 줄 서는 일이야 아주 흔한 일인데 여기서는 조금 더 놀랐습니다. 줄도 줄인데, 빵집 하나에 주차장이 세 군데나 있고 주차 정리하시는 분까지 계셨거든요. 진짜 유명한 집이라는 걸 거기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빵집에 도착하면 번호표와 메뉴표를 받기 위해 가게 정문으로 가야합니다. 그곳에서 직원 분이 번호표와 메뉴표, 그리고 연필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줄 서 있는 동안 메뉴표에 먹고 싶은 빵 이름 옆칸에 사고 싶은 개수를 적으면 됩니다.
사전 정보 없이 열차 시간 전에 급하게 찾아갔던 집이라 뭐가 맛있는지를 몰라서 기다리는 동안 구글 지도 후기를 보면서 숫자를 적어나갔습니다. 이걸 쓰는 동안에도 줄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정장 차림의 회사 선후배 분도 계셨고 가족 단위로 오신 분도 계셨어요. 이때는 일본 무비자 제도가 부활하고 며칠 되지 않을 때라 그런지 몰라도 외국인은 저와 제 일행밖에 없었답니다.
가게가 협소하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인지 일행당 한 명만 가게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한 손님당 한 명의 직원이 붙습니다(?). 갓 나온 빵이 좋은지, 빵은 하나씩 따로 담을지 아님 몇개씩 봉투에 담아도 되는지를 물어봅니다.
갓 나온 빵이 맛은 있겠지만 열차 시간도 있고 해서 나와있는 빵도 괜찮다고 했고 일회용 비닐을 많이 쓰는 것도 별로 끌리지 않아서 몇 개씩 같은 봉투에 담아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부탁하고 나니까 어떤 빵인지는 먹으면서 구분해야 하나 싶었는데, 친절하게 스티커를 다 붙여주시더라고요.
빵은 10개를 샀고 빵 가격은 1050엔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빵 10개에 1050엔이라니! 계산하면서도 놀라웠습니다.
부피가 커서 여행 막판에 짐이 늘었지만 빵을 한가득 들고 집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아주아주 행복했습니다. 저 빵순이거든요.
바리바리 싸들고 온 빵들은 그날 저녁에 전부 사라졌습니다. 사실 맛이 엄청 특별한 건 아닌데 전통시장에서 사 먹는 빵 맛이라서 반가운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이곳에 줄을 선 일본인들도 추억 속의 소박한 맛을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간 대에 가도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촉박한 여행 일정이시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벳푸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실 수 있다면 한 번쯤 가 보시길 바랍니다.
예쁜 쇼케이스에 놓인 화려한 디저트도 좋지만 저는 정감 있는 오래된 빵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즐거웠답니다. 저는 아마 벳푸에 간다면 이곳에 또 가서 갓 구운 빵으로 살 것 같아요 : )
📍토모나가 팡야 友永パン屋
[위치] 2-29 Chiyomachi, Beppu, Oita 874-0942 [지도보기]
[영업시간] 08:30~18:00
[휴무일] 일요일
[추천 메뉴] 팥빵(あん フランス・こしあん) 100엔
